회사울타리 안에서는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둘도 없는 절친이지만 퇴근과 동시에 그 울타리 밖으로 나가면 완벽한 타인이 되는 경우도 많이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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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갱신 2021년10월13일)

일본인 종특? 소극적인 인간관계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일본인이 갖고 있는 종족특성이라는 것이 있을까? 17년의 일본생활을 바탕으로 그네들만의 특성중 하나인 소극적인 인간관계에 대해서 소개토록 하겠다.

2021년 일본에서의 생활이 올해로 18년째를 맞이했다.

유학생신분으로 그리도 동경하던 일본의 땅을 밟았던 2000년대초반.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환상이 서서히 깨지고 “이곳도 여느곳과 다름없이 사람사는 평범한 곳이구나”하고 느끼기까지는 1년이 채 안걸렸다.

로마의 법을 따라야하듯이 일본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조금씩 익히면서 언제부턴가 하나씩 둘씩 몸에 베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말로 일본인의 종특(종족특성)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소극적인 인간관계. 한국인이로서는 너무도 생경한 그들의 종특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일본거리 일본인
혼자를 즐기는 일본인들 그 소극적인 인간관계에 대해서(이미지출전:pixabay)

일본인과 형동생을 맺는다?

처음에는 일본어를 빨리 배우고자 그리고 일본사회에 얼른 융화되고자 다양한 일본인과의 모임에 참석했드랬다.

특히 술이 한 잔 들어가면 어찌나 일본말이 술술 나오던지, 언제부턴가는 술자리가 보장(?)된 일본인과의 만남(남녀구분없이)을 종종 갖게 되었다.

술이 적당히 들어가면 으레 한국인의 버릇이 튀어나온다. 바로 “형동생”이다.

주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일본인을 만나는 케이스가 많아서인지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동생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대해주세요”하는 멘트를 뿌리며 의형제가 탄생의 순간을 맞이하게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전화를 걸어 “형님 접니다”하면, 상대에게의 답신은 왠치 난처하기 그지 없다.

“어라 정말 형동생을 하고 싶은거야?”라고 입으로 말은 하지 않지만, 마음의 소리가 들려온다. 바로 눈치를 채고 “농담입니다. 어제는 즐거웠습니다. 감사의 말씀드리려고 연락드렸습니다”라고 필사의 에둘러말하기가 시작된다.

그렇다. 대다수의 일본인이 그렇지만 술자리에서의 흥으로 형동생을 맺는 일은 없다. 물론 한국인이라고 그런 즉흥부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한국인은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형동생관계에 대해 대체로 호의적인 편이다.

회사동료의 결혼식에 갈일이 거의없다

경조사가 많기로는 브라질의 축구경기수만큼 많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친지는 물론 동네지인 회사동료 심지어는 거래처 직원의 경조사까지 돌봐야하는것이 인지상정.

참고로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한달동안 사용하는 평균경조사 부조금은 12만원정도. 계산상으로는 매달 한두번은 경조사에 참가한다는 이야기.

허나 마리다가 일본에서 경조사에 참가한것은 딱 두 번. 오랜기간 신세를 진 지인분의 장례식에 참석했을뿐이다.

결혼식은 한 번도 참석을 해 본적이 없다.

참고로 마리다는 일본에서 4군데의 회사를 다녔다. 그럼에도 한 번도 결혼식에 참석을 한 적이 없는 것은 초대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관계가 더러워서라고? 부정은 안 하겠다. 애석하게도 그리 타인에게 사랑과 귀여움을 받는 스타일은 못 된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일본사회에서 회사동료를 결혼식에 부르는 일이 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수가 일단 한국에 비하면 많이 적다. 왠만한 중견가수 리사이틀 규모로 펼쳐지는 한국의 결혼식에 비교하면 일본의 결혼식은 명망있는 집안의 자제를 제외하곤 그저 조촐하게 소규모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관객동원수(?)에 그리 열을 올리지 않을 뿐더러 가급적 정말 친분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부를 이유도 명분도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두가 그런것은 아니다.

회사동료이상의 유대감이나 친분을 가지게 되면 부르는 경우도 없지는 않으나 한국처럼 응당 불러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본인의 종특 – 소극적인 인간관계

전술한 바와 같이 약간은 차갑지만,  친분이 있더라고 거리를 두는 것을 좋아하는 종족이 일본인이다.

그로인해 일본인과 처음 친분을 갖게되는 사람은 한국인과는 사뭇 다른 그네들의 소극성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친분관계가 아닌 가족이나 친지의 경우에도 한국인에게서 느낄 수 있는 정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간혹 한국남성과 결혼한 일본여성이 제사나 명절때 당하는 “종년취급”에 컬쳐쇼크를 느꼈다며 혀를 내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친하므로, 가까워졌으므로 많은 부분을 공유해야한다는 한국인의 의식과는 달리 일본인은 “아무리 친해도 정도는 지켜야한다”라는 소신을 가지고 상대를 대한다.

이런 부분은 남녀의 데이트에서도 자주 보인다.

자주 만나 사랑을 확인해야하는 한국인들에 비해 일본인들은 적당한 거리와 선을 유지한다.

LOVE HACKS(love-hacks.jp)라는 일본의 연예전문사이트가 7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60%가 주 1회, 혹은 2주의 1회로 한달평균 2-3회정도. 한국의 커플들이 한달에 4.5회-5회정도(정보출전: 결혼정보회사 듀오)임을 감안하면 그 차이가 확연하리라.

(관련기사) 일본여자 vs 한국여자 결정적으로 틀린 7가지

소극적인 인간관계가 가져다주는 장점 – 감정의 휴식

하지만 이런 부분이 단점이라고만은 할 수없다.

적당한 거리와 선은 서로에게 사생활의 확보라는 장점을 부여한다.

필요이상의 친분은 때로는 나의 주관을 누르고 남의 의견과 고집을 묵과하고 동조하게 만든다.

예를들면 회사에서의 회식이다.

같은 팀원으로서 한 배를 탄 사람들이므로 빠지지 않고 뭉쳐서 2차에 3차까지 달려야하는 한국의 회식문화를 보면 거절을 할 수 있는 사람간의 거리가 너무 비좁다는 것에 한탄을 금할 수 없다.

물론 일본에도 회식문화가 없는 것은 아니며 상사로부터 선배로부터 참석하라는 모종을 압력을 받아야하는 경우도 더러 발생을 한다.

하지만 그 수가 확연히 한국보다는 적으며 사생활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은 깔려있는 경우가 많다.

또 한가지 지인간의 금전트러블이나 음주트러블이 많지 않다.

한국의 경우 가까운 사람에게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거래가 적지 않은며 빌린돈을 갚지 않아 갖가지 트러블이 발생하는 반면 일본은 그런 사례가 많이 드문 편이다.

아울러 지인간에 음주중 시비가 붙어 폭력사건이 발생하는 사례도 일본이 한국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편이다.

뭐니뭐니해도 일본인들의 거리감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은 감정의 휴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회사동료라해도 그 경계선이 모호해져 공사구분이 안되어 문제에 직면하는 경우가 한국인 사이에서 허다하지만, 일본인의 경우 전술한바와 같이 회사울타리 안에서는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둘도 없는 절친이지만 퇴근과 동시에 그 울타리 밖으로 나가면 완벽한 타인이 되는 경우도 많이 목격했다.

물론 그 온도차에 많이 놀라 당황한 경우도 여러번 있었지만 일본생활에 짬이 붙었는지 이제는 나도 그리 행동하고 있으니 참..

대신 회사의 피곤한 인간관계가 장외에서 연장전이 펼쳐지지 않으니 찌들었던 멘탈을 재충전하는 휴식이 되는 것이다.

일본인 종특 – 정리

이상 17년간의 일본생활을 바탕으로 일본인의 종특-소극적 인간관계에 대해서 소개하였다.

인간관계의 모양은 반드시 정답이 없다.

고로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고 배워야할 부분이 있다면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는 법이다.

일본인의 소극적인 인간관계가 주는 좋은점 – 적당한 거리와 선으로 나의 감정과 멘탈을 지키는 지혜는 참고해도 좋은 부분이 아닐까한다.

곤니치와 사이트운영자 마리다입니다. 일본에 산지도 어언 18년(욕 아님) 일본에서의 미디어및 마케팅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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